영화 <심야식당>은 ‘심야’라는 특정 시간에 ‘식당’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그리 마주칠 일 없는 사람들이 모여 낯설지 않은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다. 각자의 로컬에도 이런 일이 존재할까? 아니면 존재해야 하는 걸가? 혹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가?
요즘 서울엔 ‘핫(hot)하다’는 지역이 너무나도 많다. 하루에 한 곳을 가본다 해도 한 주가 모자라다. 하루에 두 곳을 간다 해도 될까 싶다. 경리단길의 흥행(?) 이후 ‘O리단길’들이 등장하고, 가로수길을 모방하던 ‘O로수길’들의 낯선 모습은 추억이 되고, 이젠 각자 나름 자리를 잡은 듯 하다. 수도권을 넘어 충청, 강원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 넘치는 핫한 지역들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소위 핫하다는 이 지역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일정 시간이나 기간이 지나면 마치 연휴의 업무지구처럼 호젓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텅 빈 듯,고요한 듯, 가끔은 쓸쓸한 듯...
열을 식히는 순간은 나쁘지 않게 느껴지지만, 껍질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없는 씁쓸함이 맴돌 때도 있다. 사람들은 붐비지만 떠나면 인기척 없는 미술관이나, 영화를 보러 잠시 스치듯 오는 극장처럼 말이다. 요즘에 등장하는 그 많은 핫플레이스들이 골목이나 동네에 위치하지만, ‘방문객(Visitor)’들만 많지 ‘사는 사람(Player)’ 없는 쇼윈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핫플레이스라는 지역이 진짜 작동하는 로컬은 맞는 것일까? 아니라면, 무언가 부족하다면, 이런 곳들이 ‘작동 가능한 지역(워킹로컬; Working Local)’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코로나의 여파로 도시, 건축, 사회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다는 소식들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안타까움도 있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특히 여러 얘기들 중에 ①한정된 개인 공간이 극렬한 다용도(micro multi-usage)로 변화된다는 얘기와 ②도시에 집중된 인구가 교외로 분산되면서 개인단위 공간의 면적이 넓어지고 복합화되어 주거-업무-교육-여가 등이 한 장소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같은 맥락에서 사옥이라는 공간에 많은 이들이 모이도록 구조화된 대기업들의 도전도 흥미롭다. 본사/지사 집중식을 벗어나 분산된 여러 지역 거점오피스를 구성하고, 코로나로 경험한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 주 O회 거점오피스 출근 등의 업무 시스템을 적용해 본다는 보도 말이다. 이 실험이 특정 성과를 갖지 못한다 해도 여러 사업장은 실험을 더 본격화 할 것이다. 이런 도전들로 인해 변하는 삶의 짜임새가 개인의 한정된 공간에서부터 도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바꿔갈 것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생활에 대한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대중교통을 통한 도시 광역화가 ‘특정 거점을 중심으로 한 다핵화’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다핵화 된 거점들이 처음에는 타 지역을 모방하지만 점차 지역성을 형성할 것은 분명하고 말이다. 아무리 코로나 시대라 하여도 우리가 어디에 가서, 놀고, 일하고, 만나고, 공부하고, 먹고, 쉬고, 혼자 있는 현상은 사라질 수 없기에 도보생활권의 로컬이 작동하는 워킹로컬워킹(Working Local Walking)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동하는 로컬(Working Local), 흔히 핫한 지역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나 역시도 물론이고 요즘 꽤나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찾을 때 무의식적으로 SNS를 뒤진다. SNS에 많이 노출된 곳이 핫한 지역으로 인식된다. SNS를 통해 노출된 분위기, 소품, 공간 등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문화권력, 정보력, 소비력 등이 이미지를 통해 인증된다.
여하튼 이 현상을 좀 더 살펴보면 아래 6가지 요소 정도로 정리된다.
①디테일: 매력적인 소품이나 장식으로 인해 고객(User)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한다.
②서비스: 제공된 서비스와 상품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지속적 소비를 유도한다.
③공간: 시각적 흥미, 편안함, 편리함, 서비스와의 일체감을 주는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다.
④위치: 오가는 길이 유독 편리 하거나, 흥미롭거나, 아름답거나 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⑤확장: 근거리에 갈만한 다른 곳이 있어 지역적 확장이 가능하다. (도보접근이면 더 좋다)
⑥경관: ④위치나 ⑤확장을 넘어, 자연적, 사회적, 도시적 풍경의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①~③번이 SNS의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라면, ④~⑥번은 텍스트 등으로 구체화되는 감상적 정보이다. 이 조건들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런 조건들을 확인한다.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아도 특정한 조건이 유난히 부각되어 관심을 받는 곳도 존재한다. 개척자적 성격의 주체가 몇 가지 혹은 한 가지 요소로 정체성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위 기준으로 내가 사는 로컬에 숨겨진 혹은 이미 존재하는 곳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만약 이 조건과 유사한 곳이 있다면, 그곳과 함께 우리 동네를 어떤 ‘워킹로컬(Working Local)’로 변화시켜볼지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출생부터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아파트에서 주거생활을 영위한 아스팔트키즈다. 불과 40년 연한의 돈 계산으로 만들어진 그 존재를 아마 앞으로도 계속 선택할 듯 하다. 아직 도시 안에서 아파트 만한 신체적 편리함과 경제적 아늑함을 주는 곳을 쉽사리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팔트키즈 인생 속에서 10년의 시간은 좀 다른 실험을 해봤었다.몇 번 뿐이었지만 스쾃(Squat, 빈 집이나 건물을 점유해 예술활동으로 지역성을 새롭게 해석 시키는 행위)과 거리에서 설치미술을 하고 현존하는 도시한옥지역의 현황을 기록해봤다. 또 이주노동자의 쪽방주거로 시작되는 지역의 지역성의 설립 과정을 연구하고, 구도심내 노점상으로 이루어진 전통시장의 현대적 해석을 연구했었다. 이런 실험과 연구를 시작으로 보편적 주거인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 마을만들기라는 행정적 실험도 실천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작업들이 시작은 아파트’단지’에 대한 부정적 해석에서 시작했었는데, 지역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수복형 도시개발’도 절대적 대안이 아니라는 애매한 중립적 방향성이 생기고 말았다.
이번 회에서 다룬 공간과 다음 회에서 다룰 구성원까지 이야기 하는 개론이 끝나면, ‘마을-공동체-로컬-문화센터-계모임 등’의 사회관계가 ‘원룸-노점-빌라-아파트-단지내상가-대형쇼핑몰 등’의 도시공간 안에서 어떤 로컬들을 만들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풀어보려 한다.
골목, 거리로 협소하게 상징되는 로컬영역은 시대적 필요에 의해 탄생된 아파트나 현대건축물들이 파괴한 우리가 잃어버린 ‘물리적 무엇’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사회변화로 세련되게 현대화되지 못했던 ‘일상적 삶’이라 생각한다. 지금 예상치 않게 맞이한 코로나 정국이 낯설지만, 이 시기가 로컬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인디영역처럼 느껴진 부분을 보편화, 일상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연재된 글은 로컬웹진 '비로컬(BELOCAL)'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요즘 서울엔 ‘핫(hot)하다’는 지역이 너무나도 많다. 하루에 한 곳을 가본다 해도 한 주가 모자라다. 하루에 두 곳을 간다 해도 될까 싶다. 경리단길의 흥행(?) 이후 ‘O리단길’들이 등장하고, 가로수길을 모방하던 ‘O로수길’들의 낯선 모습은 추억이 되고, 이젠 각자 나름 자리를 잡은 듯 하다. 수도권을 넘어 충청, 강원권은 물론 전국 각지에 넘치는 핫한 지역들은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소위 핫하다는 이 지역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일정 시간이나 기간이 지나면 마치 연휴의 업무지구처럼 호젓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텅 빈 듯,고요한 듯, 가끔은 쓸쓸한 듯...
열을 식히는 순간은 나쁘지 않게 느껴지지만, 껍질만 화려하고 알맹이는 없는 씁쓸함이 맴돌 때도 있다. 사람들은 붐비지만 떠나면 인기척 없는 미술관이나, 영화를 보러 잠시 스치듯 오는 극장처럼 말이다. 요즘에 등장하는 그 많은 핫플레이스들이 골목이나 동네에 위치하지만, ‘방문객(Visitor)’들만 많지 ‘사는 사람(Player)’ 없는 쇼윈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핫플레이스라는 지역이 진짜 작동하는 로컬은 맞는 것일까? 아니라면, 무언가 부족하다면, 이런 곳들이 ‘작동 가능한 지역(워킹로컬; Working Local)’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코로나의 여파로 도시, 건축, 사회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한다는 소식들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면 안타까움도 있지만 동시에 흥미롭다. 특히 여러 얘기들 중에 ①한정된 개인 공간이 극렬한 다용도(micro multi-usage)로 변화된다는 얘기와 ②도시에 집중된 인구가 교외로 분산되면서 개인단위 공간의 면적이 넓어지고 복합화되어 주거-업무-교육-여가 등이 한 장소에서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다.
같은 맥락에서 사옥이라는 공간에 많은 이들이 모이도록 구조화된 대기업들의 도전도 흥미롭다. 본사/지사 집중식을 벗어나 분산된 여러 지역 거점오피스를 구성하고, 코로나로 경험한 자율 출퇴근, 재택근무 주 O회 거점오피스 출근 등의 업무 시스템을 적용해 본다는 보도 말이다. 이 실험이 특정 성과를 갖지 못한다 해도 여러 사업장은 실험을 더 본격화 할 것이다. 이런 도전들로 인해 변하는 삶의 짜임새가 개인의 한정된 공간에서부터 도시를 사용하는 방법을 바꿔갈 것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생활에 대한 주장들을 종합해보면, 대중교통을 통한 도시 광역화가 ‘특정 거점을 중심으로 한 다핵화’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다핵화 된 거점들이 처음에는 타 지역을 모방하지만 점차 지역성을 형성할 것은 분명하고 말이다. 아무리 코로나 시대라 하여도 우리가 어디에 가서, 놀고, 일하고, 만나고, 공부하고, 먹고, 쉬고, 혼자 있는 현상은 사라질 수 없기에 도보생활권의 로컬이 작동하는 워킹로컬워킹(Working Local Walking)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동하는 로컬(Working Local), 흔히 핫한 지역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나 역시도 물론이고 요즘 꽤나 많은 이들이 가고 싶은 곳을 찾을 때 무의식적으로 SNS를 뒤진다. SNS에 많이 노출된 곳이 핫한 지역으로 인식된다. SNS를 통해 노출된 분위기, 소품, 공간 등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문화권력, 정보력, 소비력 등이 이미지를 통해 인증된다.
여하튼 이 현상을 좀 더 살펴보면 아래 6가지 요소 정도로 정리된다.
①디테일: 매력적인 소품이나 장식으로 인해 고객(User)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한다.
②서비스: 제공된 서비스와 상품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지속적 소비를 유도한다.
③공간: 시각적 흥미, 편안함, 편리함, 서비스와의 일체감을 주는 브랜드를 체험하게 한다.
④위치: 오가는 길이 유독 편리 하거나, 흥미롭거나, 아름답거나 한 차별성이 존재한다.
⑤확장: 근거리에 갈만한 다른 곳이 있어 지역적 확장이 가능하다. (도보접근이면 더 좋다)
⑥경관: ④위치나 ⑤확장을 넘어, 자연적, 사회적, 도시적 풍경의 특이성을 갖추고 있다.
①~③번이 SNS의 이미지를 통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라면, ④~⑥번은 텍스트 등으로 구체화되는 감상적 정보이다. 이 조건들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런 조건들을 확인한다.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아도 특정한 조건이 유난히 부각되어 관심을 받는 곳도 존재한다. 개척자적 성격의 주체가 몇 가지 혹은 한 가지 요소로 정체성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위 기준으로 내가 사는 로컬에 숨겨진 혹은 이미 존재하는 곳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만약 이 조건과 유사한 곳이 있다면, 그곳과 함께 우리 동네를 어떤 ‘워킹로컬(Working Local)’로 변화시켜볼지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는 출생부터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아파트에서 주거생활을 영위한 아스팔트키즈다. 불과 40년 연한의 돈 계산으로 만들어진 그 존재를 아마 앞으로도 계속 선택할 듯 하다. 아직 도시 안에서 아파트 만한 신체적 편리함과 경제적 아늑함을 주는 곳을 쉽사리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팔트키즈 인생 속에서 10년의 시간은 좀 다른 실험을 해봤었다.몇 번 뿐이었지만 스쾃(Squat, 빈 집이나 건물을 점유해 예술활동으로 지역성을 새롭게 해석 시키는 행위)과 거리에서 설치미술을 하고 현존하는 도시한옥지역의 현황을 기록해봤다. 또 이주노동자의 쪽방주거로 시작되는 지역의 지역성의 설립 과정을 연구하고, 구도심내 노점상으로 이루어진 전통시장의 현대적 해석을 연구했었다. 이런 실험과 연구를 시작으로 보편적 주거인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서 마을만들기라는 행정적 실험도 실천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작업들이 시작은 아파트’단지’에 대한 부정적 해석에서 시작했었는데, 지역재생이라는 이름으로 일컬어지는 ‘수복형 도시개발’도 절대적 대안이 아니라는 애매한 중립적 방향성이 생기고 말았다.
이번 회에서 다룬 공간과 다음 회에서 다룰 구성원까지 이야기 하는 개론이 끝나면, ‘마을-공동체-로컬-문화센터-계모임 등’의 사회관계가 ‘원룸-노점-빌라-아파트-단지내상가-대형쇼핑몰 등’의 도시공간 안에서 어떤 로컬들을 만들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풀어보려 한다.
골목, 거리로 협소하게 상징되는 로컬영역은 시대적 필요에 의해 탄생된 아파트나 현대건축물들이 파괴한 우리가 잃어버린 ‘물리적 무엇’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사회변화로 세련되게 현대화되지 못했던 ‘일상적 삶’이라 생각한다. 지금 예상치 않게 맞이한 코로나 정국이 낯설지만, 이 시기가 로컬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인디영역처럼 느껴진 부분을 보편화, 일상화할 것이라 생각한다. (계속)
연재된 글은 로컬웹진 '비로컬(BELOCAL)'에서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belocal.kr/View.aspx?No=876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