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 (출처: 픽사베이)
부산에 갈 때마다 10일 이상 머물러 보지 못했지만 감히 부산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아니, 부산을 소재로 도시와 로컬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2000년대 초반까지 ‘로컬’이라고 회자되는 것들은 낙후되고 뒤쳐진 무언가로 부정적 뉘앙스가 있었다. 50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화, 교육, 자본, 정치가 서울에 편중되어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서울조차 고대-근대-현대가 뒤섞인 통시적 도시로 만들어 버렸고, 타 지역은 서울을 크고 작게 모방하는 곳으로 자리하게 했다. 위작 그림이나 표절처럼 단시간 모방은 급한 마음과 건강하지 못한 시선으로 정체성을 잃고 무엇과 비슷한 허수아비로 만들기 딱 좋은 요소니깐 말이다. 누군가가 어떤 도시를 천박하고 초라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압축적 시간 속에서 모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피상적 감상일 수 밖에 없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부산은 길다. 낙동강 넘어 김해를 빼고 산이 많아서인지 지역들은 산을 에둘러 선회한다. 서면이나 연산구, 동래구 구도심을 제외하면 모든 곳이 산 사이 골짜기나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이어진 선적인 느낌이다. 즐겁게 걷는다(하루 최대 5km)는 행위로 부산도 너무 크기에 모든 것을 걷는 행위로 말할 수 없지만, 부산에선 옆 동네를 오간다 해도 걷는 보행로보다 이동 수단에 도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변화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 중 제일 신기한 곳이 부산의 5개 대표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큰 해운대다. 다양성만 따지면 이곳이 제일인 것 같다. 봉대산과 해수욕장, 수영만 요트장, 미포, 청사포, 달맞이고개 이것만 해도 엄청난데 BEXCO 국제전시장, 부산국제영화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 해운대 (출처: 픽사베이)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홈플러스, 코스트코, 메가마트같은 편의시설은 물론, 엘시티와 마린시티의 두산제니스, 해운대 아이파크처럼 서울에서도 보기드문 초호화 주상복합에 웨스틴조선, 하얏트, 파라다이스, 신라스테이, 한화리조트 같은 대표적인 호텔도 즐비하다. 여기에 운행이 중단된 해운대 구역사 인근 ‘해리단길’이라는 독특한 골목도 있다.
이 구획이 대략 직선거리로는 3.5~4km니깐 서울로는 강남역에서 삼성역을 잇는 테헤란로나 홍대-합정으로 보면 연트럴파크 조금 넘어서까지, 여의도에선 국회에서 63빌딩보다 약간 긴 정도의 거리에 이 모든 게 있는 것이다.
크기나 컨텐츠가 익숙할 경우에는 골목과 같은 편안한 안정감을 갖게 되는데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모이면 긴장감과 호기심을 갖게 되는게 일반적이다. 긴장 속에선 안정감이 그립지만, 지루함 속에선 긴장과 새로운 것이 기다려진다.
그래서인가? 세종시도 이해할 수 없는 청사 건물들의 합이 느껴보지 못한 불안과 긴장을 만들어 낸다. 여타의 도시들도 앞 다투며 실험 비슷한 충격들을 하나씩 갖고 싶어하는 듯 하다. 하지만 정체성을 잃기 딱 좋은 성급한 모방이 반복되면 득보다 실이 곱절이 많은 저성장 시대다. 어쩌면 회복 불능이 될 가능성도 있는 시기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이렇게 다양하지만 서로에게는 낯선 요소들이 도로, 소공원, 보행로들로 대표되는 공용공간이라는 실이 있다 하더라도, 다양한 개인공간과의 연결에 대한 지역적 합의없이 점에 불과한 필지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면 앞으로도 해운대는 복잡하기만 할 뿐이다. 이 많은 구슬들이 어떤 목걸이가 될지, 혹은 팔찌와 발찌 2개로 나뉠지, 아니면 어떤 건 반지가 되고 귀걸이가 되며 부산이라는 곳을 어울리게 장식할 지는 반드시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며, 모방이 아닌 ‘스스로’를 바라보며 계획해 볼 일이다.
원문
http://belocal.kr/View.aspx?No=1063725
부산 초량동 (출처: 픽사베이)
부산에 갈 때마다 10일 이상 머물러 보지 못했지만 감히 부산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아니, 부산을 소재로 도시와 로컬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2000년대 초반까지 ‘로컬’이라고 회자되는 것들은 낙후되고 뒤쳐진 무언가로 부정적 뉘앙스가 있었다. 50년 남짓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문화, 교육, 자본, 정치가 서울에 편중되어 고도화되었다. 그러나 서울조차 고대-근대-현대가 뒤섞인 통시적 도시로 만들어 버렸고, 타 지역은 서울을 크고 작게 모방하는 곳으로 자리하게 했다. 위작 그림이나 표절처럼 단시간 모방은 급한 마음과 건강하지 못한 시선으로 정체성을 잃고 무엇과 비슷한 허수아비로 만들기 딱 좋은 요소니깐 말이다. 누군가가 어떤 도시를 천박하고 초라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압축적 시간 속에서 모방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피상적 감상일 수 밖에 없다.
갈 때마다 느끼지만 부산은 길다. 낙동강 넘어 김해를 빼고 산이 많아서인지 지역들은 산을 에둘러 선회한다. 서면이나 연산구, 동래구 구도심을 제외하면 모든 곳이 산 사이 골짜기나 해안가를 따라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이어진 선적인 느낌이다. 즐겁게 걷는다(하루 최대 5km)는 행위로 부산도 너무 크기에 모든 것을 걷는 행위로 말할 수 없지만, 부산에선 옆 동네를 오간다 해도 걷는 보행로보다 이동 수단에 도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변화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 중 제일 신기한 곳이 부산의 5개 대표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큰 해운대다. 다양성만 따지면 이곳이 제일인 것 같다. 봉대산과 해수욕장, 수영만 요트장, 미포, 청사포, 달맞이고개 이것만 해도 엄청난데 BEXCO 국제전시장, 부산국제영화제 기념관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 해운대 (출처: 픽사베이)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홈플러스, 코스트코, 메가마트같은 편의시설은 물론, 엘시티와 마린시티의 두산제니스, 해운대 아이파크처럼 서울에서도 보기드문 초호화 주상복합에 웨스틴조선, 하얏트, 파라다이스, 신라스테이, 한화리조트 같은 대표적인 호텔도 즐비하다. 여기에 운행이 중단된 해운대 구역사 인근 ‘해리단길’이라는 독특한 골목도 있다.
이 구획이 대략 직선거리로는 3.5~4km니깐 서울로는 강남역에서 삼성역을 잇는 테헤란로나 홍대-합정으로 보면 연트럴파크 조금 넘어서까지, 여의도에선 국회에서 63빌딩보다 약간 긴 정도의 거리에 이 모든 게 있는 것이다.
크기나 컨텐츠가 익숙할 경우에는 골목과 같은 편안한 안정감을 갖게 되는데 다양하고 새로운 것들이 모이면 긴장감과 호기심을 갖게 되는게 일반적이다. 긴장 속에선 안정감이 그립지만, 지루함 속에선 긴장과 새로운 것이 기다려진다.
그래서인가? 세종시도 이해할 수 없는 청사 건물들의 합이 느껴보지 못한 불안과 긴장을 만들어 낸다. 여타의 도시들도 앞 다투며 실험 비슷한 충격들을 하나씩 갖고 싶어하는 듯 하다. 하지만 정체성을 잃기 딱 좋은 성급한 모방이 반복되면 득보다 실이 곱절이 많은 저성장 시대다. 어쩌면 회복 불능이 될 가능성도 있는 시기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이렇게 다양하지만 서로에게는 낯선 요소들이 도로, 소공원, 보행로들로 대표되는 공용공간이라는 실이 있다 하더라도, 다양한 개인공간과의 연결에 대한 지역적 합의없이 점에 불과한 필지들의 나열에 불과하다면 앞으로도 해운대는 복잡하기만 할 뿐이다. 이 많은 구슬들이 어떤 목걸이가 될지, 혹은 팔찌와 발찌 2개로 나뉠지, 아니면 어떤 건 반지가 되고 귀걸이가 되며 부산이라는 곳을 어울리게 장식할 지는 반드시 ‘시간’을 두고 보아야 하며, 모방이 아닌 ‘스스로’를 바라보며 계획해 볼 일이다.
원문
http://belocal.kr/View.aspx?No=1063725